2012년 11월 9일 금요일

퓨전드라이브 잡담

가장 최근에 신형 맥 모델들을 발표하면서 주목된 것이 있다면 퓨전 드라이브(Fusion Drive)라고 생각됩니다. 이 퓨전 드라이브는 레티나 처럼 기술 이름이 아니라 그저 상품명에 불과한 것이겠지만, 어쨌든 새로운 스토리지라고 발표가 되었습니다.

애플에서 이야기하는 퓨전 드라이브는 이렇습니다.
  • SSD와 HDD를 하나로 묶은 스토리지
  • 자주 사용되는 파일을 SSD로 자동으로 유지되도록 해서 퍼포먼스 향상
  • 반대로 자주 사용되지 않는 파일은 HDD로 저장하도록 해서 SSD의 공간적 부족함을 채워준다.
  • 퓨전 드라이브 관리는 OS X에서 직접 하는 소프트웨어 방식이다.
자세히 살펴보면 레티나 때 처럼 그다지 새로운 건 없습니다. 이미 하이브리드 드라이브 처럼 작은 SSD와 대형 HDD가 결합된 형태의 기술이 존재하는 마당에 퓨전 드라이브라니, 신기술이라 부르기에는 많이 부족합니다.

단지 기존의 하이브리드 드라이브와의 차이가 있다면 OS 단계에서 사용자의 사용 패턴을 파악해서 파일을 자동으로 SSD나 HDD로 분산시킨다는 점이 있습니다.
실제로 하드웨어 구성을 보면 퓨전드라이브라고 표기하지 않고 별도의 물리적 장치(Physical Volumes)로 분류됩니다. 즉, 퓨전 드라이브는 SSD와 HDD가 별도로 붙어있는 것과 다를바가 없지요. 제 경우 1TB 퓨전 드라이브로 구성했는데 실제 용량은 1.12TB, 즉 SSD 128GB + HDD 1TB가 합쳐진 형태입니다.

실제 사용 측명에서 퓨전 드라이브 특징을 정리해 보면 이렇습니다.

SSD+HDD일 뿐이다

이미 어떤 해커가 HDD와 SSD를 별도로 장착한 후 몇 가지 해킹을 통해 이를 퓨전 드라이브로 동작시키는데 성공하였습니다. 별도의 하드웨어가 추가로 필요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굳이 CTO로 퓨전 드라이브를 장착하지 않더라도 퓨전 드라이브를 만들 수 있다는 의미입니다.

물론 SSD의 혜택(속도)은 SSD에 저장된 파일들만 누릴 수 있지만요.

OS 차원의 자동화

퓨전 드라이브의 가장 큰 장점은 바로 이것이라고 생각합니다. OS가 자동으로 알아서 자주 엑세스 해야 할 파일들을 SSD로 자동으로 옮겨서 관리해 준다는 점입니다.

퓨전드라이브 형태가 아닌 SSD와 HDD를 별도로 사용한다면 사용자가 직접 SSD에 넣을 파일과 HDD에 넣을 파일을 관리해야 합니다. 솔직히 전 너무 귀찮아서 못 할 것 같습니다.

하지만 퓨전 드라이브는 자동입니다. 이 점 만큼은 굉장히 좋다고 생각합니다.

맥의 가장 큰 특징은 별다른 설정 필요 없이 그냥 막 써도 된다는 점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런 점에서 퓨전드라이브는 동일한 특징을 이어받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용량은 합쳐서 계산

처음에는 큰 용량인 HDD의 용량이 전체 크기가 되지 않을까 생각했지만, 많은 분들의 리뷰와 더불어 직접 사용해 보니 이건 확실합니다. 용량은 SSD와 HDD가 합쳐진 총 용량이 되지요.

위에서 언급한 자동 관리 기능 덕분에 큰 용량을 편하게 쓸 수 있다는 건 굉장한 장점이라고 생각합니다.

음악 하시는 분들은 아시겠지만 샘플이라던가 라이브러리 등은 굉장한 용량을 필요로 합니다. 하지만 SSD는 용량 압박에서 벗어날 수가 없기 때문에 큰 골치지요. 이런 면에서 퓨전 드라이브의 용량 방식은 효율적이라고 생각합니다.

실제 동작 구조

아직 확실한 동작 구조를 파악하지는 못 하였고 그저 줏어들은 말과 체감을 정리해 보자면, SSD의 용량이 비어있을 때는 우선적으로 SSD에 파일을 넣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SSD의 용량이 부족해지기 시작하면 HDD로 파일을 쓰겠지요.

그리고 어느 순간 OS가 파일 사용량을 체크해서 크게 부담되지 않은 부하를 주면서 파일을 옮기기 시작할 것입니다.

다만 큰 파일이 옮겨지는 도중에는 과연 그 파일 엑세스가 제대로 될지 의문입니다. 이 부분은 체감해 보지 않은 이상은 아직 모르겠군요.

가격은 큰 문제

애플 CTO와 엑세서리 모두 해당됩니다만, 이놈의 가격 정책은 정말 욕 나옵니다. 물론 맥 제품의 특성 상 확장 부품은 조립 과정을 별도로 거쳐야 하기에 부품비와 함께 인건비 등이 더 책정되는 건 어쩔 수 없습니다. 하지만 사용자가 마음대로 확장하지 못 하게 만든 이상 어느 정도 합리적인 가격 정책이 요구되는데 애플은 이 부분에서 너무 아쉽습니다.

제가 구입한 퓨전드라이브 1TB의 가격은 대략 30만원 정도 됩니다. SSD와 HDD를 별도로 구성했을 때의 가격에서 2배에 약간 못 미칩니다. (실제론 추가로 부품이 더 필요하긴 합니다). 어쨌건 비싸지요.

마무리

가격이 비싼건 문제지만, 퓨전 드라이브는 애플 다운 제품이라는 것을 느꼈습니다. "신경 쓰지 말고 막 써라. 나머지는 알아서 해 줄게" 라는 것이지요.

SSD의 가격이 HDD를 어느 정도 수준까지 따라잡지 않는 이상 퓨전 드라이브 방식은 가장 진보하면서도 가격적 합리성(-_-)을 가질 수 있다고 봅니다.

뭐 솔직히 SSD만 쓰고 싶기는 하지만요. SSD는 고용량으로 갈 수록 가격이 크게 비싸지는 점이 큰 문제입니다.

퓨전 드라이브, 쓸 만 합니다. :-)

관령링크: 퓨전 드라이브 평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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