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6월 15일 토요일

신디사이저의 종류 및 특징

소리를 만들어 내는 방법이 무궁무진한 만큼 신디사이저(Synthesizer)의 종류도 다양합니다. 원래 이 글을 쓰는 의도는 이런 신디사이저의 종류를 나열해 보려는 것이었는데, 지금에 와서는 신디사이저를 구분하는 건 말도 안되는 것이라고 느끼고 있습니다. 그래서 신디사이저의 동작 방식의 특징 몇 가지를 적어보는 선으로 정리해 보려 합니다.

참고로 제 지식이 허락하는 선 까지의 내용만 기술합니다.

아날로그 및 디지털 신디사이저

현대에서 가장 크게 구분 할 수 있는 기준은 바로 아날로그냐 디지털이냐 일 것 같습니다.

아날로그 신디사이저(Analog Synthesizer)

아날로그 신디사이저는 모든 것을 전압의 흐름으로 처리하는 방식입니다.

아날로그 신디사이저를 구성하는 요소는 일반적인 신디사이저의 시초에 가깝습니다. 단지 전기를 직접 이용한다는 점, 즉 파형 발진기(오실레이터, VCO - Voltage Controlled Oscillator), 필터(VCF - Voltage Controlled Filter), 앰프(VCA - Voltage Controlled Amplifier) 등 신디사이저의 기본 구성 요소가 모두 전압(Voltage)을 제어하는 부품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KORG MS-20 Mini 의 컨트롤 패널
아날로그 신디사이저 특유의 Voltage Control 이름들이 보인다.

여담으로, 과거의 오리지널(?) 아날로그 신디사이저는 '빈티지 아날로그 신디사이저' 라고 불립니다. 반대로 현재 새롭게 출시되는 제품은 '네오 아날로그 신디사이저' 라고 불립니다. 위 MS-20 Mini의 경우 과거의 MS-20을 축소해 새롭게 발매한 네오 아날로그 신디사이저 중 하나입니다.

디지털 신디사이저(Digital Synthesizer)

디지털 신디사이저는 컴퓨터를 이용해 소리 데이터를 연산하고 이를 특정한 소리 출력 장치에 출력하는 방식입니다. 전압을 직접적으로 제어하는 부품이 없는 대신, 성능 좋은 CPU를 이용해 전압의 흐름을 디지털 데이터로 연산해 내는 방식입니다.

당연하게도 특수한 하드웨어를 제작할 필요가 없이 일반적인 컴퓨터의 부품과 비슷한 부품으로 구성되며 그래서 가격도 저렴해지면서 동시에 대중성을 가지게 된 제품입니다. 거기다 안정적이고 큰 저장장치 까지 가지게 되면서 편리성이 더해지게 되었습니다.

디지털 신디사이저 중 가장 발전된 형태가 바로 소프트웨어 신디사이저입니다. 별도의 하드웨어가 필요없으니 가격경쟁력이 월등한데다 컴퓨터 스펙의 발전과 저장장치 용량의 증대는 전문적인 하드웨어 신디사이저 시장을 침체시킬 정도로 합리적입니다.


소리 합성 방식에 의한 분류

합성 방식에 의한 분류는 굉장히 많습니다. 하지만 이 분류가 꼭 하나의 신디사이저를 구분짓는 요소는 아니며 이런 요소들이 여러 가지 합쳐져서 하나의 신디사이저로 구성되는 추세입니다.

서브트랙티브 신디사이저(Subtractive Synthesizer)

서브트랙티브(감산형) 신디사이저는 이름 그 대로 소리의 원형을 깎아내는 방식을 의미합니다.

오실레이터를 통해 생성된 소리는 원형의 거친 소리에 가깝고 이를 필터를 이용해 부드럽게 가공하는 형태가 유명합니다. 그래서 로우패스필터(Low-pass Filter, LPF)가 필터의 대명사로 언급됩니다.

Lennar Digital Sylenth 1
로우패스 필터는 대체로 기본 선택 필터이다.

요즘은 이런 필터가 없는 신디사이저는 없다고 보면 됩니다. 즉 거의 대부분의 신디사이저는 서브트랙티브 신디사이저이기도 합니다.

애디티브 신디사이저(Additive Synthesizer)

애디티브(가산형) 신디사이저는 소리의 살(배음)을 덧붙여 가며 소리를 만들어 내는 방식입니다. 하지만 하나의 소리를 완성하기 위해 배음의 수 만큼의 오실레이터가 필요해서 실제 제품으로 만들기에는 무리인 방식이었습니다. 그래서 하드웨어 계열에서는 거의 찾아 볼 수 없고, 소프트웨어 방식의 디지털 신디사이저에서는 조금씩 응용되고 있는 방식입니다.

Native Instruments RAZOR
애디티브 신서시스 기술을 이용하지만 완벽한 애디티브 신디사이저로 보기엔 좀 무리

FM 신디사이저(Frequency Modulation Synthesizer)

FM(Frequency Modulation, 주파수 변조) 방식은 이름 그대로 주파수 변조라는 특이한 방식으로 소리를 만들어 내는 신디사이저입니다. 특정 파형의 주기를 다른 파형 기준으로 변동시키걸 주파수 변조라 하는데 이런 짧은 말로는 이해가 잘 안됩니다. 어쨌든 기본적으로 소리를 내는 파형과 변조를 하는 파형이라는 두 개의 기준 파형이 있고, 이 둘의 관계 때문에 오실레이터 대신 케리어와 오퍼레이터라는 표현을 사용하기도 합니다.

Native Instruments FM8
FM신디사이저에서 가장 중요한 FM 매트릭스 화면(우측)은 아무리봐도 악기스럽지 않다.

사용상의 난해함 때문에 감산형(Subtractive) 보다 사용자 수가 적은 편이지만 특유의 소리 질감 때문에 여전히 인기 있는 방식입니다.


좀 더 현대적인 분류

분류 자체를 분류로 구분하기는 참으로 난해하군요 =_=;;

아날로그 모델링 신디사이저(Analog Modeling Synthesizer)

아날로그의 질감을 흉내내는 디지털 신디사이저를 의미합니다. 흉내내는 대상이 거의 대부분 서브트랙티브 방식이기 때문에 대체로 서브트랙티브 방식입니다.

아날로그 질감이란건 아날로그의 특징, 즉 비정확성을 부여하는 방식입니다. 파형이 깔끔하게 생기지도 않았고 매번 모양이 정확하게 일치하지도 않고 튠(Tune)도 매번 약간씩 틀어지는 등의 말로 설명하면 약간은 어이없는 특징입니다만, 소리로 들어보면 왜 이런걸 좋아하는지 이해가 가기도 합니다.

웨이브테이블 신디사이저(Wave-Table Synthesizer)

샘플러의 샘플에 비해 비교적 단순한 파형 루프만을 보관하고 있는 것을 웨이브테이블이라고 부릅니다. 즉 하나의 파형을 선택하더라도 그 파형이 속한 웨이브테이블의 위치를 바꿔주면 소리가 조금씩 바뀝니다. 물론 개념에 따라 다를수도 있지만...

즉, 웨이브테이블을 지원하는 신디사이저는 파형 선택의 폭이 더 크다고 볼 수 있습니다.

하드웨어 신디사이저의 경우 웨이브테이블의 크기는 제품의 가격을 결정할 만큼 크고 중요한 요소지만, 소프트웨어 방식으로 오게 되면서 이런 웨이브테이블로 오는 제한이 거의 사라졌다고 봐도 됩니다.

Native Instruments MASSIVE
파형 선택 시 엄청난 수의 파형을 확인 할 수 있다.

상당수의 서브트랙티브 신디사이저는 웨이브테이블 방식을 제공합니다.

샘플러(Sampler, PCM Sample Synthesizer)

샘플러는 실제 소리나 특정한 파형을 PCM으로 저장한 샘플을 이용해 소리를 만들어 내는 방식으로 동작합니다. 샘플에 따라서 무궁무진한 소리를 만들어 낼 수 있지만 그래서 소리 성향이 샘플에 좌우됩니다.

다른 신디사이저 방식에 비해 실제 녹음한 소리를 활용할 수 있어서 어쿠스틱 등 리얼악기의 소리를 재현하는데 능합니다.

Native Instruments KONTAKT
소프트웨어 샘플러계의 업계표준(?)

샘플러의 구조는 오실레이터 부분을 제외하고 서브트랙티브 신디사이저와 비슷합니다. 샘플러의 오실레이터는 복잡한 파형인 샘플(Sample)을 그대로 파형데이터로 재현해 냅니다.

물리 모델 신디사이저(Physical Modeling Synthesizer)

현의 떨림이나 현을 연주 할 때 발생하는 모든 요소를 계산하여 소리를 재현 해 내는 등등 실제로 소리가 발생하는 현상을 구현해낸 신디사이저입니다. 제작이 굉장히 난해하고 연산에 많은 부하가 걸리기 때문에 제품이 그다지는 많은 편은 아닙니다. 하지만 그 특성 상 굉장히 현실과 가까운 소리 혹은 진짜 악기와 비슷한 소리를 낸다는 특징이 있습니다.

Sculpture (로직 내장 신디사이저 플러그인)
현의 튕김과 진동을 모델링한 신디사이저. 
위의 설명과는 다르게 리얼악기를 흉내내는 악기는 아니다.

물리 모델이 많이 쓰이는 악기는 아마도 기타(Guitar)류 인 것 같습니다.

모듈러 신디사이저 (Modular Synthesizer)

다양한 기능을 가진 모듈을 조합하여 소리를 만들어 내는 신디사이저입니다.

아날로그 신디사이저의 한 종류로 출발한 모듈러 신디사이저는 패치코드라 불리우는 전선을 이용해 여러 아날로그 장비 간의 신호를 연결하는 방식에서 출발한 신서시스 방식입니다. 옛날 옛적 정말 빈티지 아날로그 신디사이저 사진을 찾아보면 아주 인상적인 (전선이 거미줄처럼 얽힌) 무시무시한 신디사이저를 구경 해 볼 수 있습니다.

현대적인 소프트웨어 신디사이저에서는 기존 신디사이저의 기능을 세세히 나눈 것에 가깝습니다. 즉 일반적인 신디사이저에서 제공하는 기능들을 부품처럼 제공하여 이 부품을 조립하여 새로운 신디사이저를 만들어 낸다고 볼 수도 있습니다. 따라서 다양한 모듈레이션을 만들거나 등등 사용자가 원하는 신서시스 구조를 만들 수 있습니다.

Native Instruments REAKTOR
굉장히 상세한 기능을 조합 할 수 있어서 마치 회로도를 보는 기분이다.

기능이 방대하기 때문에 사용하기도 어렵고 제품도 그다지 많지는 않은 편입니다. 특히 유명한 위 스크린샷의 Reaktor의 경우 제공되는 기능이 저수준(Low-level)에서 부터 출발하는 터라 무슨 회로를 그리며 기판을 만들어 내는 기분이 들기도 합니다.

소프트웨어/하드웨어 신디사이저(Software/Hardware Synthesizer)

하드웨어 방식은 외장형(External Device)으로 만들어진 악기이며 그래서 '외장악기'라고도 불립니다. 건반이 달린 연주용이거나 건반이 없는 모듈형 등 다양한 제품이 있습니다.

Moog Sub Phatty
외장악기도 종류가 참 다양하지만 아날로그 악기가 아무래도 인기가 좋다

반면 소프트웨어 방식은 컴퓨터에서 구동시키는 악기 소프트웨어로 주로 '가상악기'라고 표현하기도 합니다. 이런 가상악기는 요즘은 DAW(Digital Audio Workstation) 소프트웨어에서 바로 사용 할 수 있게 플러그인 형태로 많이 보급되는 추세입니다.

Apple Logic Pro 9 + ES 2 Plug-in
DAW에서 이용하기엔 아무래도 소프트웨어 방식이 편하다.

소프트웨어 방식은 현재도 그렇지만 미래로 갈수록 소프트웨어 중심으로 재편되리라 예상될 정도로 효율이 좋다고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외장형 악기의 아날로그 출력은 특유의 매력으로 인해 완전히 사라지지는 않겠지요. 소프트웨어 방식에 비해 전원이 켜지는 속도나 패치 선택 속도, (기기별로 다르겠지만) 에디팅의 편리함은 여전히 외장악기의 승리일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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